목표였던놈. 목표인놈.
궤변의 櫃 2011/12/26 23:13
어언 6여년이 흐른 지금 요놈아는 아직도 내 분신같은 놈이기에 만질때마다 손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다. 렌즈 캡을 벗길때 주룩. 전원 스위치를 만질때 주룩. 셔터에 손가락을 댈때 주룩. 초점을 맞추려 렌즈를 돌릴때 주룩. 결국 놓고야 만다. 이것이 요놈아와 나의 6년여간의 동거의 짧은 요약이다. 의욕적으로 입양을 했을때 아 나도 이제 뭔가 문화인같다.라고 자위를 했지만 요놈아는 아따 참말로 거시기 했다. 똑딱이로 두들기면 찍히던 사진이 아니었다. 조리개는 요리할때 쓰는건가. 노출은 거시기한거 그건가. 셔터장전은 군부대도 아닌데 해도 되나. 필름카메라라매 필름은 어따 넣는것이여. 거시기해불제. 6년간 이놈아와 내가 관계를 맺어 뽑아낸 필름아들은 대략 20여롤. 그중 쓸만한 사진은 대략 쩜오롤. 남들에게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은 정확히 한장. 노부부들이 보통 왜 같이 사냐는 질문을 받으면 이런다지. 정때매 살지유. 정때매 산다 요놈아. 정때매 고놈의 정때매. 그래서 근 2년간 건들어 보지도 못했던 놈을 다시 의욕적으로 유혹을 해봤지만 배터리가 없대. 갈아줬는데 왜 셔터장전이 안돼. 불도 안들어와.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현대인의 바쁜 생활속에 가장 필요한것은 바로 규칙적인 생활과 체계적인 일상이라는 말에 속아 플래너의 늪에 빠져들게 만든 놈. 프랭클린 플래너. 간단한 일년용 플래너를 쓰다가 본격적으로 플래너를 장만하게 됬지만 뭐 사고 나서 1년간은 속지가 거의 반품해도 될정도로 깨끗했다. 그래 뭐 공부할때만큼은 플래너에 기록할일이 없는건 당연하지. 내가 비즈니스맨도 아닐뿐더러 대학생이, 군인이 무슨 기록할 일이 많겠어. 그래도 열심히 메모하고 기록하고 체계적으로 살아보겠어.는 개뿔. 넌 편히 가지고 다닐 크기가 아냐. 태생부터 나와는 맞지 않는 놈이었어. 스마트폰도 커서 불편해하는 내가, 지갑도 크다고 카드 속지 하나 덜달린걸로 다시 사는 내가, 내 팔뚝만한 길이에 플래너를 가지고 다닐리가 없지. 그래도 난 너에게 일년의 기회를 더 주기로 했어. 사랑한다 플래너야.
2011.12.13
궤변의 櫃 2011/12/13 23:24
생활의 안일함에 끝에서 회귀의 한가닥 방향을 잡는다. 회귀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 일생동안 나 스스로가 만족하는 모습을 가진 것은 얼마 되지 않기에 회귀라기보다 변화라고 해야 좋을 지 모르겠다. 화요일이었다. '월요일의 아득함이 여운으로 남는' 화요일. 지치고 지겹고 힘든 하루의 반복이고, 버텨야만 하지만 푸념이 절로 나는 일상에서 미세한 변화-물론 일상이라는 큰 틀 안에서-는 자그마한, 말그대로 일상의 행복일 것이다. 내 일상에 충실하는 것, 현재를 사는 것은 미래를 사는 것이며, 미래에 투자하는 것은 현재를 사는 일이다. 과거없는 현재가 없듯이 현재없는 미래도 없으며, 그 미래는 현재라는 카드의 뒷면이다. 이게 에이스인지, 조커인지는 뒤집어 봐야한다지만 역시 현재를 산다는 것은 나 자신이 '타짜'가 되는 것이다.
Kiss slowly, laugh insanely, live truly, and and forgive quickly.
- paulocoelho


